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
🔖 사람들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. 알지 못하니 가질 수도 없다. ‘나’와 ‘너’, ‘우리’의 경계에서 빈손으로 헤맬 뿐이다. 이것을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, 나는 끝없는 가능성이라 말하고 싶다. 우리의 빈손은 잠시 악수를 나누는 동안 충만해진다고, 두 손바닥의 냉기가 맞닿아 온기가 되는 거라고 믿는다. 믿으려는 의지만으론 믿음이 생기지 않아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.
🔖 서른에 공격받는 선량한 이들을 떠올리다 보면, 결국 그들의 가치보다는 서른의 가치를 의심하게 되었다. (...)때로는 서른에 부과된 의무가 오히려 서른의 묘미를 망치는구나 싶기도 했다. 서른이 보장하는 것은 겨우 서른하나뿐일진대 어차피 올 순간들이 두려워 손톱만 씹게 되니 말이다. 서른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내가 겁이 많아 무리수를 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. 내게는 불안할 때마다 인생을 다 아는 척하는 습관이 있었다. 어떤 나쁜 일이 닥쳐올지 전부 안다고 소리쳐두면, 스포일러에 김이 샌 불행이 나를 포기하리란 계산이었다. 그러나 사실은 아는 바가 없었다. 나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에 따라 그저 신명 나게 덜그럭거릴 뿐이었다. 이런 방법은 파이팅이 넘쳐 보여도 나약하고 조악한 처세라 오히려 불행의 먹잇감이 되곤 한다. 따지고 보면 나의 얼룩진 1년이 그 증명일지도 몰랐다. 그래도 이제부터는 서른을 평가하지 않으려 한다. 후회한다거나 후회하지 않는다거나, 좋았다거나 나빴다는 식의 감상도 덧붙이지 않고 넘어간다. 혹여 칭찬만을 허용하더라도 그것 또한 어떤 의미의 다그침이 될 것이기에 차라리 전부 멈추는 것이다.